항상 여행을 오면 전날은 무슨 무슨 일정을 짜면서 어디를 가고
그럼 몇시에 일어나서 출발하고 이것 저것 보고 싶고 하고 싶은 욕심은 많이 부리지만
전날 과음으로 인해 일정대로 예상대로 진행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소수의 인원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눈치볼 사람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에
헬렐레하고 다음날 늦잠자고 미적대기 일쑤다.
나나 친구나 엄청 바지런한 편은 아니지만 또 되게 굼뜬 편도 아닌
딱 중간 정도의 성향이라 아침 일찍 새벽같이 출발은 아니겠다~ 싶었다.
하지만!!! 강화도 여행의 가장 큰 복병이 있었으니
그거슨 버!스!시!간!!! 두둥!!!
시상에 마상에 뭔놈의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가 온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강화도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는 후포항으로 가서
자전거를 빌려서 전등사를 가건 마니산을 가건 어쨌든 일단 자전거를 빌리자! 였다.
버뜨 후포항 가는 버스도 으지간히 안올 뿐더러,,,,
드디어 온 버스를 타고 후포항에 도착은 했으나.....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없다!!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힘..
친구는 멘붕이 왔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후포항에 내릴 때부터...
(여기 자전거 빌려주는데 없게 생겼는데...
얘 제대로 안 알아봤구나.. 그래..얘만 너무 믿고 온 나도 잘못이지..
근데 그나저나 어쩌나 이제...
전등사랑 마니산 가고 싶은데..어떻게 가지?)
친구의 제안 1.
나 강화도 싫어, 강화도 너무 시끄럽고 싫어
우리 석모도 그냥 또 가자
석모도에 해명산 가자.
친구의 제안 2.
그런거 없다. 제안은 한개 뿐이었다.
그래서 버스를 기다렸다.
한시간 반 기다렸다.
석모도로 갈 수 있는 외포리로 가는 버스가 진짜 택시 잡으려고 할 때 왔다.
근데 요상망측하게 버스가 정말 너무 안와서 택시를 잡으려니까
택시가 또 안오고 버스가 오더라...
이 사진은 우리가 외포리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먹은 국숫집의 메뉴판 사진이다.
의도치 않게 이날은 먹방을 찍었는데...
보문국수, 비빔국수(5,500원)와 잔치국수(5,000원)
정말 맛있다. 국물 시원하고, 잔치국수 매콤새콤하고~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라는 이름에 딱 걸맞는 국수...
국수 한그릇씩 해치우고 다시 석모도로 가는 배를 탔다.
우린 둘다 산을 좋아하니까 해명산 등산이라도 하자며~
일단 보문사쪽으로 가야하니까 자전거를 다시 빌렸다.
아무래도 이 자전거 대여점은 가격이 딱 정해져있는것 같진 않고,,
왠만하면 만원인듯 ㅎㅎㅎ
이 때 이미 시간이 두시가 가까이 되어서 우린 맘이 매우 조급...
자전거 페달을 한참 밟는데 앞서가던 친구가 뒤쳐지는가 싶더니
이젠 아예 안보인다.
한참 기다려보니 저쪽에 자전거 한대 앞머리가 보이길래 그대로 페달을 다시 밟았다.
또 한참이 지나도 친구가 오지 않아 뭐가 이상하다 싶었다.
오던 길을 되돌아 페달을 얼마간 밟을 무렵,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오는 친구가 보인다.
맙소사, 타이어 바퀴가 펑크가 났단다.
오늘 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거니,,,,
다행히 보문사와 멀지 않은 곳이어서 같이 자전거를 끌고 보문사로 가서
자전거 아저씨에게 전화,,
자전거는 그냥 거기 두고 가라고 하신다.
근데 시간이 과연 해명산을 갈 수있을지 모르겠다.
이때만 해도 친구와 나 둘다 석모도를 뜨는 막배가 6시인줄 알고 있었기 때문...
무슨 생각인지 내가 주차요원 아저씨에게 막배 뜨는 시간을 물어봤고
막배가 9시라는걸 듣고 기뻐서 친구에게 달려갔다.
"야!! 우리 해명산 갈 수 있어!! 막 배 9시래!! "
어제 보문사에 왔을 때 해명산 가는 방법 물어봤던 아줌마가 알려준대로
위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등산로 같은 길이 나왔다.
버뜨... 그곳은 등산로가 아니었음..
계속 멘붕의 연속이다 보니 이 날은 뭔 사진을 찍고 그럴 겨를이 없었다.
결국 또 친구가 앞의 식당가서 물어본다며 식당에 가서 한참을 있다 나오더니 말한다.
"야....우리 해명산 못가...."
공사중이란다. 등산로가,, 그래서 길이 막혀있고, 갈수 있는 길이 있긴 하지만
등산을 꽤 하는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그 길은 추천하고 싶지도 않고 그 길로 가면
오늘 하산 못한다고 하셨다 함..
그래서 우린 모든걸 잊고 깨끗이 마음을 비우고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서 술이나 먹기로 했음!!
어쩜 이런날이 있냐... 는 친구의 말에 넌 그동안 운이 참 좋았나보다~ 고 대꾸해주었다.
여행 다니면 이런일 저런일 다 있는거지,
우리는 하루를 버린게 아니라 하루를 먹방에 쓰는거야..
그래서 먹은 밴댕이 정식! 낙가산 식당
소주를 곁들여 한참 신나게 먹고 있는데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마을 버스 왔다며 빨리 가란다.
어차피 오늘 할거 없어서 천천히 가도 되는데 ㅎㅎㅎㅎ
그래도 빨리 우리를 내보내고 싶은 식당 아줌마의 기대를 저버리기 싫어 급한척 나와
버스표를 사고 다시 배타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 사람들은 다 서로 아는 사람들인가보다.
엄청 서로 친근하게 대하고, 내 옆에 앉은 아주매도 나를 원래 알고 있던듯 어디가?라고 스스럼 없이 물으신다.
좋다. 이런느낌. 여행온 느낌.
돌아가는 배 안의 낙조,
오늘은 이 낙조가 다했다. 이거 보려고 석모도 온 셈 치자며 친구와 서로 위로했다.
이날 먹은 6만원짜리 해물탕,
숙소 도착해서도 또 뜨거운 물이 안나옴 + 변기 막힘으로 한참 씨름하다
저녁은 좀 거하게 먹자며 먹은 놈인데, 양도 많고 맛도 있고..가격이 좀 흠이라면 흠이지만 ㅎ
동막해수욕장 끝쪽에 오락실이 있는데 거기 총쏘는 게임기가 내 돈 1,000원 먹었다아아아아아아아!!!!
동맥해수욕장이 싫어질 것 같다.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됐는데, 이 길고도 길었지만 한 것 없는 하루를 정리좀 해보자.
1. 기상
2. 버스타고 후포항 이동, 자전거 대여점 없음, 1차 어택
3. 버스 1시간 반 기다려 외포리로 이동, 외포리에서 석모도 이동
4. 석모도에서 자전거 대여, 자전거 펑크, 2차 어택
5. 자전거를 끌고 가느라 해명산 갈 시간 없어짐 , 3차 어택
6. 석모도에서 나가는 배 시간이 늦다는걸 알고 해명산에 가기로 함
7. 등산로 공사중이라 못간다고 함, 4차 어택
8. 모든걸 포기하고 밴댕이정식에 술 마심
9. 외포리 통해서 강화도로 복귀
10. 동막해변 숙소에 도착, 샤워하려는데 뜨거운 물 안나옴, 5차 어택
11. 변기도 막힘, 6차 어택
12. 이 모든 공격을 이겨내고 해물탕에 소주로 마무리!!!!!!
내일은 여행 마지막날이다. 아쉬운건지 즐거운건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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